모네·달리·겸재 名作 세기의 기증…초일류 'LEE 컬렉션' 빛 본다

입력 2021-04-28 17:55   수정 2021-04-29 19:09


“인재를 뽑을 때처럼 그림도 머리(대표작)를 잡아야 한다. 세계 미술사를 이끈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 땅에 있어야 해.”

지난해 10월 타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미술품 수집에 착수했다. 단순한 ‘부자의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국립미술관에서 세계적인 명작 미술품 한 점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한 예술보국의 취지였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처음부터 삼성미술관 리움 설립을 염두에 두고 개인 취향보다는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품 위주로 수집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은 걸작들이 마침내 고인의 뜻대로 국민 품에 안기게 됐다. 이 회장의 유족들이 28일 고인이 수집한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중 대부분(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면서다.

국립현대미술관(48억원)과 국립중앙박물관(40억원)의 연간 소장품 구입 예산을 수백 년간 모아야 살까 말까 한 세계적 명화들을 국내 미술관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1400여 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미술품은 모네와 샤갈, 피카소, 고갱,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 200여 점이다. 이 중에서도 ‘수련이 있는 연못’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모네가 인상주의를 창시하면서 화가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현대미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이 작품의 가격을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근대 풍경화 거장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 등도 기증품에 포함됐다. 리움 등을 통해 공개된 적 없는 명작들도 이번 기증을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과 폴 고갱의 ‘무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이 대표적이다. 도자기 그림 위주로 구성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100여 점, 호안 미로의 ‘구성’도 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비롯한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 460여 점도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리게 됐다. ‘황소’를 비롯한 이중섭 작품 80여 점과 ‘절구질하는 여인’ 등 박수근 작품 80여 점이 무더기로 기증됐다. 김환기의 빨간빛과 푸른빛 전면점화 추상 작품, 장욱진의 1950~1960년대 전성기 주요 작품과 드로잉 등도 포함됐다.


최고 수준의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돼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는 이 회장의 고미술 컬렉션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다. 정선이 76세 때인 1751년 비가 갠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의 절경을 그린 작품으로, 조선 회화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조선 세조가 어머니 소헌왕후를 추모하며 한글로 간행한 부처의 일대기 ‘월인석보’ 권 11과 권 12도 기증품에 포함됐다.

일부 작품은 작가 연고지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작가 미술관으로 향한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김환기·천경자 등의 작품 일부가,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과 이쾌대의 작품 등이 들어간다. 제주도의 이중섭미술관과 강원도 박수근미술관에도 두 거장의 작품이 소량 기증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기증받는 미술품의 상세 내역을 발표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및 예술성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최초의 사례”라며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기증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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